5.15.2011

레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저

1815년 샤를 프랑수아 비앵브뉘 미리엘 씨는 디뉴의
          주교로 있었다. 그는 일흔다섯 살쯤 된 노인으로
          가족은 누이동생과 늙은 하녀가 전부였다.
            디뉴 주교관은 시 자선병원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교관은 아름다운 석조건물로 주교에게 당당하게
          어울리는 저택이었다. 주교 전용 거실과 응접실, 서재
          등을 비롯해 넓은 광장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있는
          정원 등 모든 것이 웅장했다. 하지만 병원은 좁고
          낮은 이층 건물로 좁아빠진 뜰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디뉴에 부임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주교는 병원을
          찾아갔다. 방문이 끝나자 그는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장님, 지금 환자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스물여섯 명입니다, 각하."
            "그런데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병실이 너무 비좁고 바람도 통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각하."
            "원장님, 뭔가 확실히 잘못되어 있군요. 당신
          병원에는 비좁은 방 대여섯 개에 스물여섯 명의
          환자들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커다란 집에 단지 세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되었군요.
          당신이 이 집에 와서 살고, 내가 당신 집에 가서
          살기로 합시다. 곧 당신 집을 비워주십시오."
            이튿날 스물여섯 명의 가난한 환자들이 주교관으로
          옮겨졌고, 주교의 가족은 병원으로 이사했다.
            주교의 생활은 청빈했다. 그에게는 재산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국가에서 받는 봉급은 세 사람의
          생활비인 천 리브르를 빼고는 모두 자선사업에 쓰고
          있었다. 동생 바티스틴 양도 거기에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그녀에게 디뉴의 주교는 오빠인 동시에
          주교였으며 친구이기도 했다. 누이동생과 하녀는
          오로지 그를 사랑하고 숭배했으며 그가 하는 말에
          복종하고 협력했다. 바티스틴 양의 알뜰한 살림과
          하녀의 엄격한 절약 생활 덕분에 주교는 그런 대로 살
          수 있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부자들한테는 될 수 있는 대로 돈을 많이
          거두어들였다.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그의
          문을 두드렸다. 어떤 사람들은 기부하러 오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받으러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을 도와주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아도 그의 손에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럴 때면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주는 그였다.
            미리엘 주교의 청빈한 생활은 아주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모든 노인과 대부분의
          사상가들이 그렇듯이 그는 조금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 아침에는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하고, 그
          다음에는 성당이나 자기 집 기도실에서 미사를
          드렸다. 잡다한 일과 미사를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과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보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자기
          집 뜰을 가꾸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날씨가 좋을 때면 두 시쯤 집을 나가 거리를
          산책했다. 그가 나타나는 곳은 어디고 잔치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사람들을 포근하게
          해주고 따스한 빛을 주었다. 어린아이와 노인들은
          마치 햇빛을 쬐는 듯한 모습으로 주교를 맞았다. 그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사람들은 그를 축복했다.
          무엇이든지 딱한 처지에 빠진 사람에게는 모두들
          주교의 집을 가르쳐주었다.
            저녁 식사는 아주 검소해서 주로 물에 데친 야채와
          수프가 식탁에 올랐다. 식사가 끝나면 그는 바티스틴
          양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자기 방으로 가서 글을
          썼다. 그는 글쓰는 데도 소질이 있었고 학자이기도
          했다. 때로는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무엇이든 간에
          한참 읽다가 깊은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
            집은 이층으로 되어 있었다. 두 노부인이 이층을
          쓰고 있었고 주교는 일층에서 살았다. 뜰에는
          외양간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는 젖소를 두 마리
          키우고 있었다. 그의 침실은 꽤 넓은 편이라서 추울
          때는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다. 디뉴에서는 장작
          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그는 외양간에 판자로 칸을
          막아서 방을 하나 만들어 추운 날에는 거기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는 나무 탁자 하나, 짚의자
          말고는 가구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식당에는 낡은
          찬장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다. 주교는 그와 비슷한
          모양의 찬장을 레이스로 덮어서 기도실에 갖다놓고
          제단으로 썼다. 그에게 감동을 받아 회개하게 된
          부잣집 부인들이 주교에게 새 제단을 마련해주기 위해
          몇 번 모금을 했지만 그는 그 돈을 받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가장 훌륭한 제단은 주께 위로 받아 감사하는
          불행한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주교가 가진 사치품이라면 옛날 소지품 중에서 남은
          은그릇 여섯 벌이 있었다. 하녀는 그것이 초라한
          테이블보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