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1

마우스와 사람

미디어랩의 닐 거센펠트(Neil Gershenfeld)는 몇 분 정도면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30달러짜리 마우스와 평생을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하는 3만 달러짜리 첼로 활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는 첼로의 16가지 연주 기술과 마우스의 클릭(click), 더블 클릭(double-click), 드래그(drag)를 대비시켰다. 첼로의 활은 대연주가를 위한 것이고 마우스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마우스는 그래픽을 입력하는, 간단하지만 귀찮은 매체(medium)이다. 마우스는 네 가지 단계를 요구한다. 1) 마우스를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2) 커서(cursor)를 찾기 위해 마우스를 흔든다. 3) 원하는 곳으로 커서를 옮긴다. 4) 마우스 버튼을 한 번, 혹은 두 번 누른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애플 파워북은 이 단계를 최소한 3단계로 축소하였다. 파워북은 엄지손가락으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정지 마우스'(dead mouse, 최근에는 트랙패드 track pad)를 장착하여 타이핑이 중단되는 경우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데는 마우스와 트랙볼도 별볼일 없다. 트랙볼로 사인을 한번 해보라. 그런 목적이라면 데이터 타블렛(data tablet)이나 볼펜처럼 생긴 펜마우스가 훨씬 더 좋은 해결책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데이터 타블렛을 갖추고 있는 컴퓨터는 많지 않다. 타블렛과 키보드를 어디에 놓을지를 결정하는 일은 우리를 정신분열증으로 몰고간다. 왜냐하면 타블렛과 키보드가 서로 디스플레이 바로 앞, 혹은 밑에 놓여지려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종종 디스플레이 밑에 키보드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판나는데, 그 이유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타이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타블렛이 축을 벗어나거나 마우스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많아서 우리는 부자연스럽지만 손과 눈이 서로 협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손으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점을 찍으면서 동시에 눈으로는 다른 곳을 본다. 말하자면 더듬어 그리는 것이다.

1964년에 더글러스 잉글바트(Douglas Englebart)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가리키려고(pointing) 마우스를 발명하였다. 그의 발명은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서나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of the Arts) 이사장인 제인 알렉산더(Jane Alexander)는 오직 남자들만이 그것을 마우스(속어로는 계집이라는 뜻도 있다)라고 불러왔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반 서더랜드(Ivan Sutherland)는 스크린에 직접 그리는 광학펜 개념을 완성하였다(1950년대에 세이지 SAGE 방어 시스템은 약간 조잡한 광학펜을 사용하였다). 그것은 다섯 개의 점으로 만들어진 십자 모양 커서를 추적했다. 그림을 끝마치려면 손목을 재빨리 털고 의도적으로 커서 추적을 그만두어야 했다. 하나의 선을 끝내는 방법치고 깜찍하기는 하지만 정교한 방법은 아니었다.

광학펜은 사실상 오늘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린까지 손을 올리는 일은 별도로 치더라도(손에서 피가 빠져나가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힘들다) 2온스짜리 펜을 움직이려면 팔과 손에 극심한 피로가 온다. 어떤 경우에는 광학펜의 두께가 2분의 1인치인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때는 마치 시가로 엽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데이터 타블렛은 특히 그림을 그리는 데 아주 편하다. 약간의 노력을 들이면 미술가의 붓이 갖는 풍부함과 감촉을 지닌 철필을 만들 수 있다. 오늘날에는 단단한 표면에 쓰는 (느낌이) 볼펜 같은 형태로 근접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책상 공간이 당신과 디스플레이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오도록 만든다. 우리의 책상은 이미 너무 어질러 있기 때문에 데이터 타블렛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가구 제조업자가 그것을 책상 안에 설치하거나 다른 기구 없이 오직 책상 자체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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