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1

픽셀의 위력

비트가 정보의 최소 단위인 것처럼 픽셀은 그래픽의 분자이다(픽셀은 보통 한 개 이상의 비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원자 수준에 놓을 수는 없다). 컴퓨터 그래픽을 하는 사람들은 그림(picture)과 요소(element)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픽셀(pixel)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크로스워드 퍼즐처럼 픽셀의 행과 열을 모아놓은 것이 이미지라고 생각해 보라. 어떤 흑백 이미지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행렬을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행렬이 많고 면적이 좁을수록 입자(grain)는 섬세해지고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마음속으로 사진 위에 이 격자 눈금(grid)을 얹어놓고 각 부위를 명암으로 채워보라. 완성된 크로스워드 퍼즐은 수치들의 배열(array)이 될 것이다.

컬러일 경우에는 세 개의 픽셀이 필요한데 각각의 픽셀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혹은 명도(intensity), 색상(hue), 채도(saturation)를 맡는다. 우리는 학생 시절에 빨강, 노랑, 파랑이 삼원색이라고 배웠지만 여기서는 그 삼원색이 아니다. 텔레비전에서와 같은 가산적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다. 인쇄에서와 같은 감산적 삼원색은 마젠타(magenta), 시안(cyan), 노랑색이다. 빨강, 노랑, 파랑이 아니다(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마젠타라는 단어가 너무 길어서 이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들었다. 많은 어른들도 시안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동작의 경우―영화의 프레임처럼―시간이 샘플링된다. 각 샘플은 하나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들을 한데 모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연속해서 돌려보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시각 효과가 만들어진다. 역동적인 그래픽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아주 작은 화면에 디스플레이되는 이유는, 메모리로부터 충분히 많은 비트를 받아서 픽셀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스크린 위로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깜빡임이 없는 유연한 동작을 만들려면 초당 60에서 90프레임이 필요하다. 앞으로 누군가가 속도를 향상시킨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신기술을 개발해낼 것이다.

픽셀의 진정한 힘은 그것이 갖고 있는 분자적 성격에서 나온다. 픽셀은 텍스트에서 선, 사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성할 수 있다. 비트가 비트인 것과 마찬가지로 픽셀은 픽셀이다. 충분한 픽셀과 한 픽셀당 충분한 비트(회색톤이나 컬러)를 갖추면 현대의 개인용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에서 훌륭한 디스플레이 화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질이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이 떨어지는 것 또한 격자 구조의 제한 때문에 생긴다.

픽셀은 많은 메모리를 요구한다. 더 많은 픽셀과 픽셀당 더 많은 비트를 사용할수록 그것을 저장하는 데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컬러로 가로 1,000 세로 1,000 픽셀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크린에는 2,400만 비트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1961년 내가 엠아이티의 신입생이었을 때 메모리에 드는 비용은 1비트당 1달러였다. 지금은 2,400만 비트의 가격이 60달러 정도이다. 이제는 픽셀 지향 컴퓨터 그래픽이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5년 전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사람들은 픽셀을 훨씬 적게 쓰고 픽셀당 비트수도 대폭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 사실상 초기의 레스터 스캔 디스플레이는 한 픽셀당 오직 1비트만 사용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아주 특수한 문제점, 곧 그래픽이 톱날처럼 들쭉날쭉해지는 윤곽 왜곡 현상(jaggies)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