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1

오디세이

1968년에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 함께 [2001:우주 오디세이](2001:A Space Odyssey)로 오스카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이상하게도 영화가 책보다 먼저 나왔다. 클라크는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 그의 원고를 수정하였다. 그는 이야기 줄거리를 영화로 모의 실험한 다음, 그의 개념을 다듬을 수 있었다. 책을 출판하기 전에 그의 아이디어를 먼저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컴퓨터 할(HAL)은 미래의 인간과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를 훌륭하게(치명적이기는 하지만) 보여주었다. 할(HAL)은 완벽하게 말(이해와 발성)을 구사하고, 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능의 최종 단계인 유머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후 거의 사반세기가 지나서 또 하나의 멋진 인터페이스, 지식항해자(The Knowledge Navigator)가 출현하였다. 이 비디오 테이프와 비디오 시제품이라 불리는 극장용 작품은 당시 애플사의 회장이었던 존 스컬리(John Sculley)에게 맡겨졌다. 스컬리는 자신이 쓴 책도 오디세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식항해자의 아이디어와 함께 끝나고 있었는데, 이 아이디어도 후일 비디오로 제작되었다. 그는 마우스와 메뉴 방식을 뛰어넘는 미래의 인터페이스를 그려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일을 해냈다.

{지식항해자}를 읽어보면 소탈하게 보이는 교수의 책상 위에는 책같이 생긴 평범한 장비가 펼쳐져 있다. 디스플레이 한쪽 구석에는 나비 넥타이를 맨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기계 인간이다. 교수가 이 대행자에게 강의를 준비하도록 지시하고, 몇 가지 일을 시키고 다른 일에 대해 주의를 준다. 기계인간은 사람처럼 보고, 듣고, 지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할과 지식항해자는 둘 다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기에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인터페이스 자체를 없애버려라.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생김새, 말투, 몸짓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처음에는 목소리의 톤이나 얼굴의 표정언어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곧 내용이 대화를 지배하게 된다. 훌륭한 컴퓨터 인터페이스도 이와 같이 되어야 한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란 계기판이 아니라 인간을 디자인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설계자들은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기계를 좀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간의 신체가 감각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관한 연구와, 도구를 사용하여 일하는 효과에 관한 연구가 미국과 유럽의 인간공학 분야(감수자 주:인간공학을 미국에서는 hu-

man factors, 유럽에서는 ergonomics라고 부르고 있다)를 선도하고 있다.

전화 수화기는 아마 지구상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가장 많이(지나칠 정도로) 시도된 물건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남아 있다. 무선 전화기의 불안정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브이시알이 껌뻑거릴 경우가 있다. 뱅 앤드 올프슨(Bang & Olufsen) 전화기는 전화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조각에 가깝다. 이것은 검정색 구식 다이얼 전화기보다 더 사용하기 힘들다.

더 나쁜 것은 전화 디자인이 하도 많이 '등장해서' 거의 죽을 지경이라는 점이다. 번호 저장, 재발신, 신용카드 관리, 발신 대기, 발신, 자동응답, 번호검색 등을 얇은 몸체 안에 우겨넣어서 손바닥만한 기계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이런 기능을 사용하고 싶지 않음은 물론이고 전화기 다이얼조차 돌리고 싶지 않다. 우리 가운데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고 싶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전화 디자이너들은 왜 모를까? 우리는 전화를 통하여 사람들과 접촉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 일을 대행시킬 수 있다. 전화 문제의 해결책은 수화기 디자인이 아니라, 당신의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로봇 비서를 디자인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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