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1

멀티미디어의 탄생

1976년 7월 3일 늦은 밤, 이스라엘 특공대는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잠입하였다. 그들은 독재자 이디 아민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를 지원받은 친팔레스타인계 게릴라들에게 볼모로 잡혀 있던 103명의 인질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 시간에 걸친 작전이 끝났을 때 20∼40명의 우간다 군인과 하이제커 7명이 전부 죽었다. 반면에 이스라엘 군인 단 한 명과 인질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크게 감동받은 미국 군부는 국방성 아르파(ARPA:th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게 엔테베에서 이스라엘을 성공으로 이끈 훈련 방법을 미국 특공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전자기술 연구를 지시했다.


이스라엘은 사막에 엔테베 공항의 실물 모형을 만들었다(이스라엘 기술자들이 두 나라가 우호적이던 시절에 그 공항을 설계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매우 손쉬운 일이었다). 특공대는 이륙과 착륙을 연습하였고 모형 지점에 대해 정확한 모의 공격을 실험하였다. '실제' 우간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 장소에 대한 예민한 공간감각과, 경험적 감각을 갖고 있어서 원주민처럼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간단하지만 얼마나 엄청난 아이디어인가?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필요한 모든 상황에 적용시키기는 어려웠다. 예상 가능한 모든 인질 상황이나 공항, 대사관 같은 테러리스트의 목표를 전부 다 복제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를 실현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아톰이 아닌 비트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비행기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어떤 시스템으로 발전되든지간에 장소의 실제 감각을 전달하고 주변 환경을 몸으로 느끼려면 할리우드 무대 세트의 완전한 포토 리얼리즘(photorealism)이 필요했다.

나와 내 동료는 이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비디오디스크(vid-

eodiscs) 사용자가 마치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테스트를 위해 우리는 플리스상 수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콜로라도의 아스펜(Aspen)을 선택했다. 그 도시는 규모면에서 조작이 용이했고 도시 구획의 모양 또한 작업에 적합했으며, 사람들도 아주 독특하여 특수제작한 촬영용 트럭이 서너 계절에 걸쳐서 몇 주 동안 거리 한가운데를 달려 내려가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모든 거리를 1프레임당 3피트씩 양쪽 방향에서 촬영한다. 같은 방식으로 모든 골목의 커브를 양쪽 방향에서 촬영한다. 비디오 디스크 1에는 직선도로를 촬영한 영상을 넣고 비디오 디스크 2에는 모퉁이 길을 촬영한 영상을 넣는다. 이를 이용해 우리는 완벽한 운전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교차점에 도달하면 디스크 플레이어 1과 2는 일렬로 일치하게 되고 당신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려고 하면 그쪽 방향의 길을 보여준다. 커브를 도는 동안에는 디스크 플레이어 1이 지금까지 내려왔던 직선도로를 비추지 않게 되고, 커브를 돌고 나면 다시 작동하여 당신은 새로운 직선도로를 달려내려가기 시작한다.

1978년에 이 아스펜 프로젝트는 마술이었다. 옆 창문으로 밖을 내다볼 수 있고, 경찰서 건물 정면에서 멈춰서 그 안으로 들어가 서장과 대화를 나누고, 계절을 바꿔가며 접속해 들어가 40년 전의 빌딩을 둘러보고, 안내 관광을 한 후에 지도 위를 헬리콥터로 날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시내를 한 바퀴 돈 후, 바에서 술 한잔 걸치고, 애리에드니(Ariadne)처럼 실을 남겨 처음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멀티미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아주 성공적이어서 테러리스트로부터 공항과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야전 모형을 만드는 군수업자를 고용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에 선택했던 장소 가운데 하나가 테헤란이었다. 아뿔싸! 좀더 일찍 끝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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